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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동생의 결혼식에서 어머니는 돌아가신 작은 엄마의 역할을 했다. 고운 한복에 짙은 화장을 한 후 신랑의 부모 자리에 앉아 계셨다. 그러고 보니 나와 내 동생 모두 결혼할 나이가 되었음에도 정작 사촌 동생의 결혼식에서 예행연습을 한 경우가 되어버렸다. 부페음식은 맛이 없었고 식장은 분주함 탓인지 소란스러웠다. 각자 바쁜 와중에 김천까지 내려왔던 다른 사촌동생들은 식이 끝나자 바쁘다는 핑계로 하나둘 자리를 떴다. 그러고보니 고모들도 많이 늙어버렸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편찮으셔서 참석하지 못하셨다. 어렸을 때 할머니댁에 내려가면 삼촌, 고모, 사촌동생들 모두 왁자지껄 정겨운 집안이었는데 이제는 모두 먹고 살기에 지쳐 저마다 자신의 일 이외에는 서로 마음을 나눌 여력이 없어 보였다. 쇄락해가는 한 가계의 족적을 살피는 일이 그저 쓸쓸함만으로 치부하기에는 무엇인지 모를 아쉬움이 더 컸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뒷정리를 마친후, 부모님, 동생과 함께 청주 집으로 돌아갔다. 엄마, 아빠는 계속 분주했다. 벌써 몇주전에 채취해 놓은 송이 버섯과 능이 버섯을 자식들에게 먹여야 한다고 야단이셨다. 지난 달부터 시간내서 내려오라고 성화셨는데 모든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자 결혼식 부페 음식으로 더부룩한 속에도 꼭 먹어야 한다며 자리를 마련하셨다. 10시가 다 된 시간에 돼지고기와 막걸리 상추를 사다가 자리를 마련했다. 송이 버섯과 능이버섯을 잘게 찢어 돼기고기에서 흘러나오는 기름에 구어 먹었다. 배가 부르고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지만 특유의 향이 일품이었다. 부모님께서도 즐거워 하셨다. 부모님게서는 이렇게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을 유독 즐거워 하시는데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알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서 즐겁게 먹었다. 그런데 너무 오랫동안 외지에서 생활한 탓인지 나는 스스로 이방인이 되어버린듯 했다. 낯선 방문자의 방문으로 모든 것이 위태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동안 무슨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숨가쁘게 흘러온 지난 시간들이 나를 여기에 까지 이르게 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부모님의 주름이 유독 깊어 보였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내가 유예시켜온 많은 것들 중에는 내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때그때 감당했어야 하는 일들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점점 배가 불러오고 막걸리가 한 두잔 들어가자 한 꺼번에 피로가 몰려왔다. 집에 내려가서도 밤에 잠을 자지 못하는 탓에 아예 하루밤을 꼬박 새우고 예식장으로 갔던 것이다. 하루종일 식장에서 분주하게 돌아다닌 탓인지 계획대로 몹시 피곤했다. 잠을 자기 위해 피로를 계획했다는 생각이 조금 어처구니가 없어 보였다. 너무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던 탓인지 고향집의 내 방이 많이 낯설어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던 이유도 있었다. 그래서 계획했던 피로인데, 예상보다 피로감이 커서 어디에 쓰러져도 잠에 들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소파에 쓰러져 졸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같이 자자고 말씀하셨다. 지난 번에 고향에 내려갔을 때에는 엄마와 같이 손을 잡고 잤다. 이번에는 아버지와 함께 침대에 누웠다. 이것은 처음 훈련소에서 퇴소 했을 때, 목욕탕에 가자고 말씀하셨던 것과 같은 감정에서 비롯되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몹시 쓸쓸한 어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아버지와 어떤한 얘기도 나누지 못하고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부모님께서도 어린시절 어렵고 힘들었지만 우리 네식구 모두가 모여 살았던 단란했던 한때를 떠올리신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독백 2010/10/24 22:54  트랙백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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