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은 '단풍놀이'였습니다. 주 목적을 정하고는 무작정 부산으로 출발했습니다. 며칠전부터 얼큰한 국물의 전골이 먹고 싶다는 여친의 의견을 십분 반영해서 '알천순대'라는, 한 블로거의 리뷰에 의하면 '영혼을 울리는 순대집'을 네비게이션에 찍고 무작정 떠났습니다.
부산은 벌써 몇차례 들렀던 곳입니다. 남해에서 거제도를 거쳐서 다녀오기도, 울진 영덕을 따라 들러보기도 했고, 경부고속도를 타고 들어가보기도 했습니다. 태종대와 그 주변의 해안도로나 자갈치 시장, 부산 영화제가 열리는 길은 벌써 가보았지요. 해운대와 광안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유독 '달맞이 길'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일명 '레고마을'이라는 곳을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첫날부터 일정이 어그러지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택시기사와 격한 말다툼을 벌이는 등의 불미스러운 일로 여행의 흥이 반감되고 말았습니다. 모두 준비를 성실하게 하지 못한 탓이었죠. 어떻게 해서든 여친의 기분을 풀어주어야 했기에, 일정을 하루 더 잡았습니다.
그렇게 첫날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달맞이길의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습니다. 새벽 3시까지 영업을 하는 곳인데, 우리는 가장 마지막 손님이 되어 카페를 나섰습니다. 우리에게는 일종의 징크스와 비슷한 것이 있는데, 여행지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꼭 티격태격 의견이 충돌한다는 것입니다. 또 그렇게 오랜 시간을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물론 언제나 서로에 대한 이해로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근처에 위치한 찜질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마 전국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찜질망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곳입니다. 해운대 해수욕장이 통째로 내려다보이는 곳인데, 평일이어서 조용하고 시설도 깨끗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롭게 계획을 준비했습니다.
다음날 일정은 아침 일찍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달맞이길을 달리며 시원한 바람을 만끽했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일이지만 바다를 끼도 달리는 일만큼 가슴이 뻥 뚫리는 일도 없습니다. 그렇게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추리문학관에 잠시 들렀지요. 하지만 추리문학이라는 테마를 잘 살리지 못하고 이것저것 전시를 해둔점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그곳에서는 음료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모닝커피를 한잔씩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는데 어찌나 즐거워 했던지요. 새로운 아이디어에 조금 흥분하기도 했던것 같습니다.
그렇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첫날 가보기로 했던 맛집, '알천순대'라는 곳을 찾았습니다. 소문대로 사람들이 많더군요. 잠깐 기다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신뢰가 생겼고 기대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순대곱창전골. 독보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맛있게 잘하는 집이었습니다. 따뜻한 국물이 들어가고 배가 불러오자 피로도 사라지고 어느덧 마음의 여유도 생겼습니다. 아마 조금 걸어야 할때가 됐나봅니다.
바로 그쯤해서 찾아간 곳이 감천동에 자리하고 있는 태극마을이었습니다. 집들이 오밀조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달동네의 풍경이 낯설기도 하면서 정감가는 곳이었습니다. 물론 현지 주민들의 생활과 관광차 들른 우리의 방문이 어울린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낯선풍경을 사진에 담으며 골목 구석구석을 걸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지금까지 해운대를 부산의 얼굴이라고 생각하던 생각을 조금 수정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었던 둘째날은 그야말로 알찬 하루였습니다. 뿌듯하기까지 했지요. 그렇게 부산의 일정을 마치고 다음 목적지인 주왕산으로 출발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