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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게, 서서히 움직여 끝내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모래의 유동성. 
 

모래는 냉혹하다. 어느날 한 남자가 그런 모래 구덩이 속에 갖히게 되었다. 그는 모래 벽을 두고 세상과 단절되었으며 노동하지 않으면 그가 속해 있는 세계는 서서히 붕괴되고 만다. 탈출을 시도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모래감옥. 그러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래 구덩이가 형성 가능한 구조인지 지질학적으로 실재하고 있는지는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한 이유나 원인에 대해서 저자는 처음부터 어떤 설명이나 단서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 역시 설명할 수 없는 모래 구덩이와 다를 것이 없으니 말이다. 우리가 왜 태어났는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현실에 복무하고 있는지 아무도 그 이유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으며 스스로도 답을 구하지 않는 것처럼, 그 남자가 왜 모래 속에 감금되었는지, 무슨 이유로 끊임없이 모래를 퍼내야 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우리는 소설 속의 상황이 부조리하게 얽혀 있는 현실의 모습과 닮아 있음을 확인할 뿐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발버둥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라도 한다면 자신의 버둥거림이 무의미한 짓임을 알고 무기력에 휩싸일수도 있겠다는 위험 부담을 감수할 뿐이다. 아무리 둔감한 사람이라도 눈치채지 않을 수 없는 이 작품의 위력은 그래서 무시무시하다. 벌레가 된 잠자를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소설, '아베 코보'를 두고 일본의 카프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작품을 읽는 내내 내 삶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나는 과연 이 지긋지긋한 삶의 구덩이를 벗어날 수 있기나 한 것일까?'
독서 2011/01/17 09:26  트랙백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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