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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검은 옷을 입고 있다
그 옷은 大地로 만들어 입은 것이다
그 옷을 완성하기까지 꽃은
누구에게도 그것을 보여주지 않았다

꽃의 그 옷은 아주 작은 것이다
거대한 대지의 한 조각을
꽃의 겨드랑이에
잎으로 이어 붙인 듯이…… 
꽃은 발 밑에 붉은
구두를 살짝 내려놓는다

나는 그 작은 꽃을 사랑한다
내 걸음을 멈추게 하고
허리를 구부려 냄새를 맡게 하는 그 납작한 코를

꽃은 훨훨 옷을 입고 들판을
가로질러 아득히 사라져간다
환한 대낮에,
나는 등불을 높이 쳐든다
꽃씨는 그렇게  익어갔다
등불을 검게 달구듯, 까맣게


송찬호, <10년 동안의 빈 의자>, 문학과지성사, 1994 中 
조각 2012/01/21 20:30  트랙백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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