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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부모님을 뵈었습니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부모님을 뵐때 마다 느끼는 것이 두분의 얼굴 위로 지나가는 세월이 너무 빠르다는 사실입니다. 무뚝뚝한 성격탓에 내색은 하지 못했지만 깊게 패이는 부모님의 얼굴을 보며 이제 서른을 넘어서고 있는 제 자신이 너무 죄송스러웠습니다. 부모님은 야위어가고, 저는 그런 부모님의 노력으로 살이 찌고 있으니 말입니다. 공부한다는 핑계로 보통 제 나이에 감당해야 하는 많은 책임들에서 비껴 있다고 생각하니 염치가 없을 따름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고향에 내려가서는 좀더 다정한 아들이 되어야 겠다는 마음으로 부모님의 옆자리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애교도 부리며, 그동안 엄마, 아빠가 무엇을 하면서 지내셨는지 좀더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부모님의 취미생활과 '스타킹'이나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가도 아깝지 않을 만한 솜씨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예전부터 부모님께서 관심을 가지고 해오시던 것들인데, 왜 이제야 눈에 들어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가 정년을 맞으시고, 어머니도 나이가 들어가시면서 내심 부모님께서도 취미생활을 하셨으면 하고 바랐던 것도 사실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두분도 생활전선에서 고생하시기 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셨으면 하고 바라는 선한 마음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그 속내는 그동안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제 삶을 가꿀 시간이 없었던 부모님들이 이제는 자식들에 대한 걱정 보다는 두분의 삶을 살아가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말이야 그럴듯해 보이지만 다소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다 컸으니, 두 분의 삶을 살으시라고 매정하게 경계를 긋는 것만 같아서 말이죠. 이제는 저도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그 행복함 속으로 부모님을 초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에 대한 변명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아마 제가 짊어져야 하는 부담을 부모님의 취미생활을 핑계로 조금이나마 덜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독백 2010/08/24 09:30  트랙백 (2)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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