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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가 시작되었다. 또 얼마간 시끄러울 것이다. 이 소음은 신림동에 살면서 내가 인내해야 하는 일중에 하나가 되었다. 촘촘하게 붙어 있는 집을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올리는 일이어서 산꼭대기로 향하는 작은 골목들이 언제나 어수선하다. 이 동네는 사람들의 유입이 끊이지 않는 곳이어서 대부분의 집들은 원룸을 임대하거나 고시원을 운영한다. 그로 인해 파생된 작은 식당들이 후미진 골목 구석에서도 성업중이다. 불황이 없다. 때문에 이 동네 주택의 최대 미덕은 사람을 수용하는데 있어서의 최고의 효율에 있어 보인다.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의 최대의 수용.

한 집의 공사가 끝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 집의 리모델링이 시작되고, 이어 건너 집을 허물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어떤 건물은 자고 일어나니 사라져 버린 적도 있었다. 다음 날에는 깊은 구덩이가 파여 있었고, 며칠 뒤에 보면 레미콘으로 2층에 콘크리트를 붓고 있었다. 사실 집을 지을 때 많은 인원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 순식간에 일을 해치우고 있었다. 공정에 따라서는 두세사람이 처리하는 부분도 있는데, 하나의 공정이 끝나면 바로 다음 팀이 투입되었다. 감독관으로 보이는 사람의 무전기는 연일 지직거렸다. 가까이에서 살펴본 결과 집의 뼈대를 올리는 일보다 내부 장식이나 마무리 작업에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 소음들이 이제 어느 정도 참을만 하다는 사실이다. 콘크리트를 깨는 드릴 소리, 레미콘 돌아가는 소리, 철근을 끊을 때의 쇳소리 등을 듣고 있다보면 어느 순간 일정하게 반복되는 소음들이 사라지는 때가 있다. 시계의 작은 초침소리나 가끔 지나가는 배달오토바이 소리, 윗집에서 내리는 변기 물소리, 골이 터질때마다 '와'하고 울리는 옆집의 함성소리, 비밀번호를 누르는 옆방의 전자음 등을 모두 삼켜버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럴때 보면 감각기관은 무서울 정도로 쉽게 적응한다.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빨리 순응해버린 것이다. 

일기 2010/09/28 17:04  트랙백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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