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아침 수업에 늦을거 같아 택시를 탔다. 잠깐 조는 사이 택시는 학교에 도착했다. 급하게 내리느라 학중이 형으로부터 선물받은 책, 장 뤽 낭시의 '나를 만지지 마라'를 놓고 내렸다. 커피를 한 잔 사 들고 연구실로 올라갔다. 자리에 앉아서야 책을 두고 내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금새 잊었다. 10시에는 M211 강의실에서 CAP2 수업을 진행했다. 12시에 면담일정이 잡혀있어 조금 여유있게 수업을 마쳤다. 발표주제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처음엔 어색한 대화를 주고 받다가 오랫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고마웠다. 나는 사소한 잡담의 힘을 믿는 편인데, 수업도 이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우리는 각자의 생각의 끝까지 다녀오는 경험을 하곤 하기 때문이다. 면담을 마치고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2시에 다음 면담 일정이 잡혀 있어서 함께 식사를 하던 교수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서둘러 일어났다. 미안하게도 면담을 하기로 한 친구가 먼저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 시간정도 대화를 나누었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밖에 없어 미안했다. 말 또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 나로서는 또 그만큼 위험함도 알고 있었다. 뼈저리게 후회했던 몇몇 경험을 떠올리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전해지는 나의 '말'에 주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6시에 중국인 친구들과 인간학 수업이 남아 있었다. 연구실에 앉아서 책을 펴고 잠깐 졸고 있는데, 누군가 똑똑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옆방의 교수님이었다. 녹차 카스테라를 조금 나누어 주시고 잠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잠이 덜 깬 상태여서 다소 어색했지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그렇게 잠시 쉬다가 중국인 친구들과 인간학 수업을 진행했다. 서로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아직은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는 일에 서툴기만 했다. 잠시 쉬는 시간에 담배를 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우리는 서로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는 생각을 했다. 속에 있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전달되지 않는 사람들은 얼마나 외로울까? 서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쁘게 말하다 2018. 3. 13. 22:25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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