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픽스 후기


다섯 달째 금연중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끊고 싶었다. 태어나서 처음 20년을 엄마아빠 밑에서 맑고 깨끗한 것만 먹고 살았다면 이후 20년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술과 담배에 찌들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마흔이니 앞으로 20년은 다시 맑고 깨끗하게 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수차례시도해보았지만 크게 성공한 적이 없었다. 그러면서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면 담배는 나의 의지만으로 끊을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냉정하고 차분한 어조로 담배를 끊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는 두달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나는 그의 조용하면서도 빈틈없음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약을 처방해주었다. 사실 처음에는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그 효과가 놀라워 지금은 조금 당황스러울 정도다. 무엇보다 흡연에 대한 욕구가 생기지 않았다. 조용한 곳에 혼자 있는 시간이 조금 허전하긴 하지만 참을만했다. 


약을 복용하면 꼭 무엇엔가 고무되는 것 같다. 그날 밤에는 꼭 두세개의 꿈을 꾸었다. 평소 꿈을 잘 꾸지 않는 나에게는 즐거운 일이었다. 내가 가르치는 과목 중에 '인간학'이라는 강좌가 있는데 '자유'에 대해서 종종 이야기 하곤 한다. 그러다가 이 약을 보면 기분이 묘해진다. 


이제는 약을 끊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 담배를 다시 피우는 일이 없기를 바랄뿐이다.


+) 2018년 1월 3일, FACEBOOK.



나쁘게 말하다 2018. 4. 3. 01:17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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