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섯 살때 살던 집은 골목 깊숙한 곳에 있었는데, 한 집 안에 주인집까지 4가구가 모여 살던 곳이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앵두나무가 있었고 가운데 파밭을 지나, 수돗가 옆 장독대를 지나야 우리 가족이 세들어 살던 작은 방이 나왔다. 가끔 틈이 벌어진 마루 밑에서 잃어버린 구슬이나 장난감 블록을 발견하면 환하게 웃곤하던 곳이었다. 마당 구석에는 쇳소리가 규칙적인 그네가 있었고 작은 구멍을 빠져나가면 제재소에서 쌓아놓은 통나무 야적장이 있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작은 틈을 찾아 파고들어가면 꽤 넓은 공간이 숨어 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곳에 숨어서 이름을 알수 없는 열매를 따먹고 놀았는데 혓바닥이 검게 물들어 집에 돌아가면 엄마한테 한 소리 듣곤 했던 시절이 거기에 있었다.


점심을 먹고 교정을 산책하다 작은 앵두나무를 발견했다. 열매를 맺기 전까지 그것이 앵두나무인지도 몰랐었다. 앵두, 앵두 한참을 발음해보아도 영 입에 달라붙지 않았다. 낯설었다. 그 시절엔 온통 내 것같지 않은 말들만 가득한것 같았다. 낯설었다.


+) 2017년 5월 30일, FACEBOOK.

나쁘게 말하다 2018. 4. 3. 01:24  트랙백 (0) : 댓글 (0)

댓글을 달아 주세요

Copyright ⓒ 내가 쓰는 한 권의 두꺼운 책, All Rights Reserved. Since 2009.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