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아침,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7년간 병석에 누워계셨는데, 아침식사 중 조용히 운명하셨다고 한다. 아빠, 엄마, 삼촌, 고모들이 모여서 울고, 웃고, 지나간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슬픈 시간들을 버티고 있었다. 가족들은 영정사진을 앞에 두고 추억들을 발굴, 정리해 주고받으며 떠나는 사람의 마지막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나는 슬픔에 무너지는 사람들을 볼 때면, 그 순간이 살면서 가장 '착한'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를 내세워 논박하고, 반발하고, 그것으로 승리를 쟁취하기 보다는 그간의 오해를 풀고 화해하며 온전히 타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33년생인 우리 할머니, 이문자 여사의 삶은,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5명의 자녀를 낳고, 들에 나가 힘든 노동을 통해 먹이고 길렀으며, 나이가 들어서는 병에 무너지고 가족들에게 의지한 것이 전부였다. 나는 그것이 몹시 답답했다. 그 속내야 알 수 없지만, 자신의 목소리 없이 사는 삶이 얼마나 지루하고 답답했을까? 우리 모두는 그 답답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평가만 해온 것은 아닐까? 그 답답함이 너무 크고 거대하다. 누대에 걸쳐 반복되었고 스스로 벗어날 수 없는 굴레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러나 그것이 몹시 씁쓸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할머니가 누워계시던 그 7년이라는 시간동안,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 하나둘 가족이 되고, 또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가계는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우리 할머니, 이문자 여사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잊지 않는 일밖에 다른 방도가 없지 않은가. 내가 너무 작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주말이었다.


+) 2017년 1월 7일, FACEBOOK.

나쁘게 말하다 2018. 4. 3. 01:38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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