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


오늘의 한 가운데를 지키고 있었던 구조물은 분수였다 외국 여자들이 분수대 앞으로 개를 끌고 모여들었다 바람에 한들거리는 운동복 차림이었다 지금 막 비탈을 내려온 여자들은 우산을 접어서 가방에 넣고 개를 쓰다듬었다 하늘 높이 꼬리를 세우는 개들이 멍멍 짖기 시작했다 나는 아내가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벽에 세워둔 우산을 잠시 바라보다가 함께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상상했다 나는 아내를 위해 흠뻑 젖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러지 말자 곧 거짓말이 될 것이다 거꾸로 치솟는 물줄기가 있을 뿐이었다

- 『시와시학』, 2017, 가을호

집시의 詩集 2020. 1. 15. 21:50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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