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처음 만나는 남자의 얼굴을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그도 나를 한참동안 내려다보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는 나의 인중 부근을 살피고 있었다 갈색 바지와 꽃잎은 어울리지 않았다 숲에서는 하수의 냄새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러니 우리가 야생동물처럼 만나서 서로의 냄새를 기억해두는 일은 초원의 규율인 셈이다 이빨이 날카로워서라기보다 예민함이 나를 지금까지 살게 한 것이고 표정 뒤편으로 정체를 숨기는 일을 꾸준히 연습했다 주먹을 둥글게 만들어 주머니 안쪽에 넣어두었다 사내들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 나의 주먹을 꺼내어 남자의 손에 살며시 쥐어 주며 악수했다 아직 주머니 속에는 꺼내지 않은 주먹이 몇 개 더 남아 있었다.

- 『시와시학』, 2017, 가을호

집시의 詩集 2020. 1. 16. 09:00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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