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인 방


   읽는 법을 바꿔볼까 생각했다
   어제 생각했다, 읽을 만한 종류의 것이 아니기에
   방의 구체를 떠올리는 일은 전략이 필요했다

   격렬한 방,
   아우성치는 방,
   어제 벗어둔 동작들이 얽혀있는 방,
   방은 사상보다 행동으로 가득찬다

   문을 닫을 때만 염소들은 책장을 들이받는다
   그리하여 초원으로 사라지는 방

   한때 그 방에서 건물의 구조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 
   건물의 뼈대와 함께 허공의 잔해를 품고 있는 방의 고민에 대해 시를 쓴 적이 있다 그때 방은 허공에 대해 고민했고, 나의 고민이 방 밖에서 맺히듯 나의 정체는 내 밖에서만 견고했다

   비가 올 때마다 물이 샌다
   나의 동작은 퉁퉁 불어, 운다
   문을 닫을 수 없는 이유다
   문을 닫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격렬을 이겨야 한다
   지금까지의 독법으로는 문을 열 수가 없다

   가만히 누워 움직이지 않는 작전으로
   밤새 부풀어 방을 가득 채우는 잠,
   그리하여 어떠한 정서도 파생시키지 못하는 밤,
   어느 페이지에서 짐승의 털이
   쏟아지곤 했다

- 『시인동네』 2013년 봄호

집시의 詩集 2020. 1. 19. 18:00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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