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


빛이 잘 드는 곳에 그녀를 내려주었다
오른쪽 발과 오른 손을 따라 머리가 먼저 빠져나가고, 왼발에 이어 엉덩이가 밖으로 쏟아져 내렸다

빈자리만 태우고 후진하는 나의 미러 속으로 불쑥 뛰어든 목발 하나
앞만 보고 걷는데도 왼쪽으로 기울고 있다

함께 놀다가 두고 온 웅성거림과 낙서와 낭설의 주인공들만 사랑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사랑이라 기록되지 않고,
운동과 물질로만 기억되었다

다음에는 가장자리가 없는 곳에서 만나자
한쪽으로 기울고 있어도 늘 중심이 되는 곳,

소문의 주인공들은 한번도 똑바로 걸어본 적이 없었다.

- 문화 웹진 『다』, 2019.3.

집시의 詩集 2020. 1. 20. 09:00  트랙백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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